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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분석

좋은 경기력 좋지 못한 결과 - 인테르 vs 리버풀

 금일 새벽 인테르와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가 열렸다. 많은 이들은 인테르의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의 승리를 점쳤고, 인테르의 10년만의 챔피언스리그 넉아웃 스테이지 복귀 경기는 예상대로 리버풀의 2대0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실제로 경기를 지켜본 입장에선 인테르가 주도적으로 이끈 경기이며, 공격 마무리 작업에서 조금만 세밀했다면 충분히 경기를 가져올만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글에선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이끄는 인테르의 전술을 중심으로 경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포메이션 및 선발 명단

 두 팀 모두 평소와 같은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인테르는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고, 징계로 결장하는 바렐라의 자리를 비달이 채웠다.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고, 주전 센터백 마팁 대신 코나테가 선발 출장하였으며, 헨더슨이 무릎 부상으로 비운 자리를 신예 하비 엘리엇이 메꾸었다. 양 팀 모두 미드필더 한 자리를 제외하면 베스트 11에 가까운 모습이며, 자신들이 가장 익숙한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인테르의 공격 전술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상당히 다이나믹한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이다. 인자기 감독은 현대 축구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빠른 공수 전환과 전방 압박을 중요시하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인자기 감독은 공격 전개를 시작할 때, 기존의 3백에서 위의 그림과 같은 형태로 팀을 전환시킨다. 우선, 양 윙백을 투톱과 동일선상에 위치시키는데, 윙백의 전진은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에게 패스 선택지를 더해주어 직선적인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고, 팀에 넓이를 더해줌으로써 측면 공격을 용이하게 만든다. 또한, 전진성과 발기술이 좋은 바스토니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바스토니를 마치 풀백처럼 활용한다. 바스토니의 이러한 움직임은 페리시치와 함께 투 윙백과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페리시치와 바스토니가 서로를 끊임없이 오버래핑하게 만들어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져다준다. 바스토니가 비운 자리는 브로조비치와 찰하노글루가 유동적으로 내려와 공을 받아준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브로조비치와 찰하노글루의 유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센터백 라인에 가해지는 1차적인 압박을 풀어낸 후, 좌측에선 바스토니와 페리시치의 오버래핑 움직임으로, 우측에선 슈크리니아르의 전진과 네 선수의 패스워크로 공격을 전개한다. 특히 브로조비치와 찰하노글루는 중앙보다 바스토니가 비운 좌측으로 내려가서 빌드업을 돕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른발을 쓰는 두 선수로 하여금 우측에 위치한 둠프리스로의 반대 전환을 용이하게 만든다. 핵심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브로조비치, 찰하노글루 그리고 센터백들의 유동적인 움직임을 통한 빌드업과 윙백의 과감한 전진이다.

 

 

 인테르의 이러한 공격 전술이 잘 드러난 두 장면을 보자.

 인테르의 빌드업 상황에서 데 브라이가 공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바스토니는 이미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모습이고, 빈 공간을 찰하노글루가 커버하기 위해 내려가는 중이다.

 

 데 브라이가 좌측 높이 위치한 바스토니에게 한 번에 롱패스로 연결한다. 원래 바스토니를 마크해야 하는 살라와 엘리엇은 찰하노글루의 움직임에 마크맨을 놓쳤고, 아놀드는 바스토니보다 앞에 위치한 페리시치를 견제하고 있다. 따라서 바스토니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고 볼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바스토니가 공을 잡고 전진한 후, 앞선에 위치한 페리시치에게 패스를 보낸다. 투톱과 우측 윙백 둠프리스는 이후에 올라올 크로스를 위해 패널티 박스 근처로 침투하는 모습.

 

 패스를 연결받은 페리시치에게 오른발 크로스 기회가 열렸고, 곧바로 크로스한다. 패널티 박스 내에 볼 경합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의 수를 세어보면 양 팀 선수의 수가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둠프리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비록 크로스가 부정확하여 골로 연결되지는 못 했지만, 인테르 수비진의 유동적인 빌드업, 바스토니와 페리시치의 투 윙백 시스템과 둠프리스의 적극적인 공격가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엔 우측에서의 공격 장면이다.

 역시나 바스토니는 왼쪽 풀백처럼 위쪽에 위치한 모습이고, 이번엔 브로조비치가 우측 센터백처럼 내려가 빌드업을 돕고 있으며, 찰하노글루는 중앙에서 볼을 받기 위해 내려오는 모습이다. 한다노비치가 찰하노글루에게 연결한 볼은 곧바로 브로조비치에게 연결된다.

 

 브로조비치는 자신에게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빠르게 슈크리니아르에게 볼을 전달한다. 수비진과 두 미드필더의 유동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빌드업이다.

 

 슈크리니아르 또한 빠른 템포로 더 앞선에 위치한 둠프리스에게 볼을 연결한다.

 

 수비진에서부터 상대 진영까지 볼이 빠르게 연결되면서, 공격 숫자와 수비 숫자가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둠프리스는 반대편에서 빠르게 침투하는 페리시치를 향해 볼을 보낸다.

 

 페리시치가 연결받은 볼을 라우타로에게 크로스했지만, 아깝게 머리에 맞추지 못한다. 인테르는 일반적으로 공격 전개에 있어 한 선수가 2번을 넘는 터치를 하지 않는데, 이번 장면에서도 3번 이상의 터치를 한 선수는 둠프리스 하나였고 그마저도 킥을 위한 준비 동작이었다.

 

 인테르는 좌측에선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을, 우측에선 패스워크를 통한 공격을 선보였고,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위 두 장면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듯이 계속해서 공격의 마무리 단계에서 세밀함이 부족했고, 결국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인테르의 수비전술

 인테르의 전방압박은 거의 1대1 마크에 가까운 형태를 띈다. 우선 제코와 라우타로, 투톱이 리버풀의 센터백을 압박하면, 양 윙백이 전진하여 리버풀의 풀백을 마크한다. 또한, 미드필더진에선 브로조비치가 높이 전진하여 파비뉴에게 향하는 패스를 막고, 다른 두 명의 미드필더도 자신들의 마크맨을 밀착 마크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공격적인 전방 압박은 뒷공간에 약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인테르는 훌륭한 수준의 압박 조직력과 센터백들의 기량으로 약점을 극복하였다. 인테르의 훌륭한 압박 조직력은 리버풀 수비진이 정확한 패스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인테르 수비진의 뛰어난 신체적 능력은 리버풀 공격진을 압도하며, 전방에서의 볼 소유를 힘들게 만들었다.

 

 2분경에 있던 인테르의 전방압박 장면이다. 이미 모든 선수가 1대1로 압박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에선 둠프리스가 아닌 비달이 로버트슨을 압박하고 있고, 브로조비치가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와 파비뉴를 압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 다이크가 가까운 곳에서 패스 선택지를 찾지 못해, 압박을 덜 받고 있는 아놀드에게 롱패스를 보낸다.

 

 하지만, 아놀드 또한 페리시치에게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으며, 아놀드가 줄 수 있는 선택지도 모두 차단당한 상태이다. 다급한 아놀드는 일단 파비뉴에게 볼을 보낸다.

 파비뉴는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원터치로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를 보냈지만, 차단당하고 만다. 인테르의 1대1 마크에 가까운 전방압박이 리버풀의 수비진을 성공적으로 압박한 장면이다.

 

 압박이 성공한 또 다른 장면을 확인해보자. 이번엔 리버풀 수비진이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볼을 소유한 상황이다. 인테르 선수들이 자신의 마크맨을 찾아가자, 반 다이크가 알리송 골키퍼에게 볼을 전달한다.

 

 알리송 골키퍼가 볼을 잡은 순간, 이미 리버풀 선수들은 1대1로 마크당하고 있다. 리버풀 공격진보다 인테르 수비진이 제공권이 좋은 상황에서 롱패스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적기에, 롱패스 대신 코나테에게 숏패스를 한다.

 

 코나테가 볼을 잡자 라우타로가 강하게 압박하였고, 코나테는 급하게 볼을 아놀드에게 연결했다. 그러나, 압박때문에 부정확한 패스가 나왔고, 소유권은 인테르에게 넘어간다. 코나테의 패스가 정확하게 연결되었어도, 이미 주변 동료들이 1대1로 마크당했기에, 리버풀이 압박을 풀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인테르의 압박은 후반전까지도 잘 유지되었고, 계속해서 리버풀의 소유권을 탈환해왔다. 그러나, 후반 60분 헨더슨의 투입과 공격진의 체력 저하가 겹치면서, 리버풀의 볼 소유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으며 이후 리버풀의 골까지 터지면서 경기를 완전히 내주게 된다.

 

경기 총평

 리버풀은 역시나 강팀이었다. 경기 초중반, 인테르에게 주도권을 내준 상태에서도 유효슈팅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리버풀의 두 센터백은 단단했고, 공격진 또한 경기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진 인테르를 상대로 연이어 2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가져갔다. 인테르는 비록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자신들의 강점을 마음껏 보여준 경기였다. 이번 경기 비달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팀 전체적으로 세밀함이 부족했고 징계로 결장한 바렐라가 그리운 경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