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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분석

르윈이 돌아온 램파드의 에버튼 - 에버튼 vs 리즈

이번 글에선 13일에 있었던 에버튼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를 분석하고자 한다. 에버튼은 최근 베니테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고 새롭게 램파드 감독이 부임하였고, 리즈는 저번 시즌 승격 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리그 9위에 오르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 시즌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강등권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두 팀 모두 앞으로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만큼 치열한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에버튼이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따라서 이번 분석은 램파드 감독이 복귀한 르윈을 어떻게 활용하였는지를 중심으로 진행해보려 한다.

 

포메이션 및 선발 명단

에버튼은 4-4-2 포메이션을, 리즈는 3-3-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에버튼은 저번 경기까지 부상으로 결장한 칼버트 르윈이 복귀하였고, 이적생 반 더 비크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뤼카 디뉴의 이적 후, 아직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왼쪽 풀백 자리는 케니가 출전하였다. 리즈는 주전인 뱀포드와 칼빈 필립스가 빠진 자리를 제임스와 클리히가 메꾸었다.

 

이번 경기, 두 팀 모두 선발 포메이션에서 변화가 있었다. 에버튼은 르윈이 선발 명단에 복귀하면서 포백과 투톱을 사용하는 4-4-2를 사용하였고, 리즈는 이번 시즌 자주 사용하던 4-2-3-1이 아닌 쓰리백 기반의 3-3-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포메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에버튼은 상대적으로 수비적이지만 다이렉트한 플레이를, 리즈는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는 점유율 기반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에버튼의 공격 전술

리즈를 상대하는 에버튼의 공격 컨셉은 명확했다.

 

첫째, 공격진의 신장을 이용한 다이렉트하고 빠른 축구.

둘째, 좁은 선수 간격으로부터 오는 수적 우위.

셋째, 풀백의 활발한 공격가담.

 

1. 공격진의 신장을 이용한 다이렉트하고 빠른 축구

칼버트 르윈이 선발 명단으로 복귀하면서, 에버튼은 전방에서 수비수의 경합을 이겨내고 공을 받아줄 선수가 생겼다. 또한, 이번 경기 에버튼의 양 윙과 투톱의 신장을 확인해보면, 히샬리송 184cm, 르윈 187cm, 고든 184cm, 이워비 180cm 에 이른다 (이워비는 프로필상 180cm이나, 현재는 185cm에 이르는 것으로 보임). 타 팀의 수비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제공권을 보이는 이 조합은 에버튼이 다이렉트한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격진의 좋은 제공권은 에버튼 수비진의 후방 빌드업 부담을 줄였고, 수비진은 볼을 최대한 직선적으로 공격진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번 경기 공격 상황에서의 경합 횟수를 보면 에버튼이 얼마나 다이렉트하게 플레이했는지 예상할 수 있다.

 

2. 좁은 선수 간격으로부터 오는 수적 우위

다이렉트한 축구에서는 공을 받아주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가 떨구어준 볼의 경합에서 승리하고 볼의 소유권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볼 경합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볼 주변에서의 수적 우위가 가장 중요한데, 램파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에버튼 선수들은 수적 우위를 위해 상당히 밀집하여 플레이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4명의 공격진뿐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인 알랑까지 상당히 전진하여 수적 우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3. 풀백의 활발한 공격가담.

다만, 선수들이 과도하게 중앙에 밀집하게 되면 상대팀 또한 중앙으로 밀집하게 되는데, 이는 선수간의 간격을 과도하게 줄여 공격 전개를 힘들게 만든다. 램파드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풀백들에게 활발한 오버래핑을 주문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은 공격에 넓이를 더함과 동시에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 또한 제공하였다.

앞서 살펴본 에버튼의 공격전술이 실제 경기에서 나타난 장면을 살펴보자.

에버튼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탈취한 볼을 이워비가 전방에 위치한 르윈에게 다이렉트하게 연결한다.

 

르윈이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한 후, 팀원들의 공격 가담을 기다린다. 이 때 에버튼은 중앙 센터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올라오는 중이다.

 

르윈이 공격에 가담한 고든에게 볼을 전달한 후 고든이 다시 르윈에게 전달한다. 클리히와 2명의 센터백, 힐데가 공을 소유한 고든을 막기 위해 밀집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뒤이어 콜먼이 오버래핑하며 위의 4명과 해리슨까지 우측에 밀집하게 되고, 르윈은 다시 전달받은 공을 히샬리송에게 전달하며 반대 전환에 성공한다.

 

볼을 전달받은 히샬리송을 막기 위해 에일링의 무게중심이 쏠리게 되고, 에일링이 전진하며 생긴 공간으로 케니가 침투하며 좋은 크로스 기회를 만든다.

 

오른발잡이인 케니가 왼발로 크로스를 하며 볼이 높게 떠 공격 기회는 무산되었지만, 에버튼의 다이렉트한 패스, 르윈의 피지컬을 이용한 소유, 풀백들의 활발한 공격가담을 통해 만들어낸 좋은 기회였다.

 

하나의 장면을 더 살펴보자.

이번 공격은 콜먼의 스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볼을 연결받은 히샬리송은 상대 수비진을 등진 상태에서 볼을 이워비에게 연결하는데 성공한다. 위의 장면을 보면, 투톱에 해당하는 히샬리송과 르윈이 모두 수적 우위를 형성하기 위해, 우측 측면에 밀집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워비가 볼을 르윈에게 연결하고, 알랑은 중앙의 빈 공간으로 볼을 받기 위해 이동한다. 빨간 구역 안에 10명의 선수가 밀집한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르윈이 상대 선수 3명에게 압박을 받지만, 중앙으로 이동한 고든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압박에서 벗어난다.

 

르윈과 고든이 패스를 주고 받는 동안, 많은 리즈 선수들이 르윈과 고든 주변으로 밀집하였고, 그렇게 생긴 빈 공간에 케니가 과감하게 침투를 시도한다. 비록 르윈이 패스 미스를 범하며 볼이 연결되지 못했지만, 에버튼이 어떻게 공격을 전개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에버튼의 수비 전술

램파드 감독은 더비 카운티와 첼시 모두에서 강한 전방 압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선 전방 압박이 아닌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단단한 수비 전술을 선보였는데, 특히 눈여겨 볼 점은 투톱의 수비 형태였다. 평소 리즈는 양 윙과 풀백을 비롯한 모든 선수를 경기장 넓게 위치시킨 후,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량과 선수들의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빌드업을 진행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램파드 감독은 리즈의 빌드업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 투톱으로 저지선을 만들었다. 이 저지선은 센터백으로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클리히에게 볼이 전달되는 것을 막았고, 리즈의 센터백들은 어쩔 수 없이 풀백에게 볼을 전달하였다. 혹여나 저지선이 만들어지지 못한 경우엔, 알랑이 전진하여 클리히를 마크하였다.

37분 경 에버튼의 전방 압박 장면에서 위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장면에선 리즈의 센터백인 코흐가 빌드업을 위해 전진하였다. 에버튼의 투톱은 볼이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코흐와 클리히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저지선을 만든 상황이고, 고든은 전진한 코흐를 신경쓰며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요렌테는 저지선때문에 볼을 전진시키지 못하고 스트라이크에게 볼을 전달한다.

 

볼이 스트라이크에게 전달되자, 르윈이 스트라이크를 측면으로 밀어넣는다. 또한, 알랑은 볼이 중앙으로 전진할 수 없도록 클리히를 마크하는 모습이다.

 

볼이 힐데, 즉 풀백에게 전달된 순간, 에버튼의 압박 트리거가 당겨진다. 르윈이 스트라이크를, 알랑이 클리히를 마크하여 힐데의 패스 선택지를 없앰과 동시에, 이워비가 힐데를, 콜먼이 해리슨을 강하게 압박하여 공을 탈취해낸다. 이처럼 에버튼은 투톱의 저지선을 통해 볼의 중앙 전개를 막고, 측면으로 전개된 순간 강하게 압박하여 볼을 탈취하는 수비 전술을 사용하였다.

 

경기 총평

램파드 감독이 자신의 전술 철학과 에버튼 선수진의 장점을 잘 조화시켜 만들어낸 기분 좋은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이렉트한 축구가 가능한 에버튼의 공격진은 램파드 감독에게 자신들의 역량을 증명하였고, 알랑과 이번에 이적해온 반 더 비크는 뛰어난 활동량과 공격 가담을 통해, 공수 모두에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임 감독인 베니테즈와의 불화로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팀을 떠난 디뉴의 빈자리는 여전히 아쉽다고 느껴졌다. 이번 경기 케니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풀백의 공격 가담이 중요한 램파드 감독의 전술에서 좋은 크로스와 공격 가담을 보여줄 수 있는 디뉴가 팀을 떠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